문시현 - [극불호] 시한부 아기 의원이 천재인 걸 안 숨김.log
사라져버린 시한부 요소와 이것저것 넣다가 넘쳐버린 과설정
#로판
#육아물
#빙의물
#회귀물
세상에는 여러가지 악이 있다. 안 넣는 게 나았을 정도로 작품의 맛을 해치거나 분량 안에 맛있게 풀어내지 못하고 뭉쳐버린 소스 같은 것도 당연히 그 악 중에 당당히 한 자리를 차지한다. 작품 리뷰의 서두가 왜 이러느냐고? 이유를 이해하지 못했다면 소설을 좀 더 다양하게 읽고 돌아와라. 이해한다고? 그럼 이 작품, 결제하지 말고 잠깐 기다려라. 지금부터 이유를 설명하겠다.
이럴거면 하나라도 덜어내지 ~관계성도 심리도 소재도 그 무엇도 녹여내지 못한 고통의 236편~
웹소설을 보다 보면 필연적으로 지루함의 주기가 찾아온다. 어쩔 수 없다. 웹소설은 인간의 도파민을 미친듯이 자극하는 방향으로 틀었고, 도파민이란 생각보다 사람의 기력을 빨아먹는다. 그렇다면 이 소설, 《시한부 아기 의원이 천재인 걸 안 숨김》은 도파민 풀충족으로 사람의 기력을 빨아먹는 걸까? 도파민과 사이다만이 넘쳐서 지루해지는 걸까?
그랬으면 리뷰도 안 썼어…….
이 소설은 그냥 순수 체급으로 지루하다. 사실 극초반부터 느껴지는 이유가 몇가지 있다. 지금부터 하나씩 살펴보자.
1. 작가님, 대사 쓸 때 발음 안 따라해 보시죠?
사람이 소설을 일독할 때 재미를 느끼는 이유에는 여러가지가 존재하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큰 퍼센티지를 차지하는 것이 바로 대사의 맛이다. 맛깔나는 대사가 주는 즐거움, 분위기가 독자에게 있어서 즐거움을 준다. 그런데 육아물의 경우 당연하게도 이 대사의 맛에 약간의 귀염성이 들어간다. 바로 혀짤배기 소리다.
혀짤배기 소리, 어렵다. 애를 키워봤거나 실제로 본인이 따라해 본 적이 없다면 정말정말 어려울 거라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작가란 수치스러워도 본인이 직접 혀짤배기 소리를 내 봐야 하는 직업이다. 이 작가는 직접 소리내 본 적 없는 것이 너무 티가 난다. 예를 들면, '뺘' 발음이다.
사실 '뺘' 발음은 굉장히 어려운 발음이다. 그러잖아도 어려운 된소리인 '삐'에 '아'가 합쳐져 나는 발음이기 때문이다. 도리어 '빠' 발음이 쉽다. 왜 아기어의 대표 주자에 '마마'와 함께 '빠바'가 있는지 아는가? 실제로 쉬운 발음일 뿐더러, 실제 아기들이 사용하는 발음이기 때문이다. '아빠'나 '파파'와 같이 전세계적으로 아버지를 칭하는 호칭이 유사하게 나타나는 것 또한 같은 이유다. 아기들은 '아빠' 호칭을 발음하는 것을 쉽게 느낀다. '아뺘'나 '오뺘'보다. 물론 아기들 뿐만 아니라 성인도 그렇다. 하지만 작가는 모른다. 1부가 끝날 때 까지 주인공은 아빠와 오빠가 아니라 '아뺘'와 '오뺘'라고 호칭한다. 본인의 이름도 '비유'가 아닌 '삐유'라고 발음한다. 작가의 무지함이 만든 산물인 셈이다. 작가만 모르는 것 같지만, 아기들은 오히려 된소리를 어려워한다. 돌 지나서도 '아빠' 발음조차 못 하는 아기들이 많을 정도로. 만약 모르겠다면 직접 중얼거려 보도록 하자. 발음학적인 부분까지 설명해 주기에는 내가 너무 지쳤다.
하여간, 이 작품은 초반부터 거대한 진입 장벽을 가지고 시작한다. 발음이 생각보다 눈에 거슬리는 것이다. 댓글만 보아도 유사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의 댓글이 종종 눈에 띈다.
2. 주인공은 나이를 어디로 먹은 거에요?
주인공은 인생 5회차다. 1회차는 현대, 2회차~5회차는 로판 소설 속 세계. 근데 현대에서의 삶은 작가가 잊어버린건지 아니면 회차로 따지지 않는 건지 맨날 4번째 삶이라고 생각한다. 5회차는 현재 회차이니 4회차를 살았고 아마도 전부 성인기까지 생존했다. 그러니 나이로 친다면 최소 80세가 된다. 그런데 이 주인공에게서는 노련함이 느껴지지 않는다. 어른스러움도 느껴지지 않는다. 예를 들면 아버지가 기억상실 환자라는 것을 이미 알고 있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아버지를 죄인 취급하는 것이라거나, 자신의 가족에게 자신이 아버지의 불치병을 고치기 위해 목숨을 사용했다는 걸 밝히면서 전혀 충격 받지 않을 거라고 굳게 믿는 점 같은 것이 특히 그렇다. 아니 아무리 평생 믿을만한 가족 없이 살았다고 해도 여태까지 80년동안 함께해 온 가족들과 지금의 가족이 자신을 대하는 태도가 다른데 수명을 사용한 일이 가족들에게 상처를 줄 수 있다는 걸 왜 모른단 말인가? 아무리 정신연령이 육신 연령을 어느 정도는 따라가는 법이라지만 이런 점까지 모르는 건 너무 철이 없을 뿐더러 공감능력이 너무 뒤떨어지는 것으로까지 보인다. 주인공을 대체 얼마나 멍청하게 만들고 싶었던 건지 가늠이 안 간다. 이럴 거면 빙의회귀 키워드를 빼고 그냥 깔끔하게 가족에게 상처 받은 10살로 시작하는 게 나았을 것이다.
3. 관계의 성장이 이해가 안 가요.
현실에서 관계의 성장은 갑작스럽게 이루어진다. 그래, 맞다. 첫눈에 반하는 것도 사랑이다. 하지만 소설은 그래서는 안된다. 관계의 성장에는 반드시 원인이 선행된다. 그래야 독자들이 앞으로 발생할 관계에 대해 이해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소설에는 그런 게 없다. 캐릭터들은 갑자기 사랑에 빠진다. 그나마 가장 이해가 가는 서사가 전생의 첫사랑인데, 그 사람은 남주가 아니다. 3부 후반에나 등장하고 빠지는 섭남도 못 되는 엑스트라 3이다. 남주는 강화 기간이 없다. 그냥 초반에 등장해서 맨날 옆에서 꼬리를 살랑살랑거린다. 그러면 여우같다면서 (그야 여우같겠지 아무래도 여우니까) 귀여워하면서 우린 친구니까~ 하다가 3부 마지막이 가까워져서야 어라…… 내 애완여우친구칭기 라온이가 왜 예뻐보이지? 하며 급자각한다. 진짜 실화냐. 계략남주라고 쓰여있는데 계략을 보여주지도 않는다. 작가님이 계략이라는 키워드를 뭔가 잘못 알고 있는 게 분명하다.
4. 캐릭터들이 너무 멍청하고 얄팍해요
사실 이건 어느정도 3번과 연계된다. 캐릭터들이 얄팍하다보니 관계성이 이해가 안 간다. 등장 캐릭터들은 많은데 확실하게 무게감 있는 빌런이 없고 싹 다 얄팍하게 소모된다. 4회차 삶주인공의 독백에서는 3회차 주인공을 죽인 황태자는 그래도 좀 계략빌런적인 모먼트를 보여줄까 싶었는데 그냥 폭력적인 등신태자였다. 적진 한복판까지 와서도 그런 면을 못 버리고 멍청하게 굴어서 결국 자기 부하들이랑 가족한테까지 다 버려지고 죽는다. 그 과정에서 그렇게 능력 좋다던 여주 가족들은 제대로 활약하지도 못하고 남주 두두등장. 하면서 황태자가 패배한다. 이럴 거면 뭐하러 주인공 가족 먼치킨이에용 ㅜ.ㅜ 했는지. 이러려고 작품 봤나 어처구니 없고 황당하다. 특히나 황당한 건 뭔가 있을 것처럼 실종자라고 언급되었다가 그냥 죽은 사람으로 끝난 여주네 아빠의 형과 왜 유령으로 등장했는지 알 수 없는 엄마와 엄마 부활시킬고얌 ㅠㅠ 하는 주인공 커플이다. 씨발내가이걸진짜왜끝까지본거야 동양인 인종차별 요소는 넣고싶은데 외관차이는 없었으면 좋겠는지 흑 가문 소속 일원 중 하나가 여주네 아빠가 색목인과 결혼했다고 숙덕숙덕하는데 여주네 엄마는 정작 서대륙인도 아니고 동대륙에서 갓 건너온 사람이었다. 진짜씨발왜이러는거세요
동대륙에서 모신다는 용신님은 진짜 왜 등장했는지 알 수도 없게 그냥 스쳐지나가고 제발
지친다…….
하여간 이 길쭉한 불호 리뷰를 쓴 데서 알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어지간하면 안 보는 걸 추천한다. 난 선발대 댓글 보고도 읽고 판단해야지 하고 읽었고 판단했지만 솔직히 시간 낭비였다고 생각한다. 이건 좀 모욕적인 내용이라서 가려서 적을 거니까 읽고 기분나빠하지 않을 자신 없다면 읽지 말 것. 정말 안 조심스럽게 말하지만 가끔 소설 교수님들이 말씀하시는 '망한 작품 읽고 정리해서 반면교사삼기' 할 거 아니면 안 보는 게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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