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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다혜 로그 백업
청월광 25-06-12 13:24 20

안녕, 서연아. 우리 오랜만이지.

 

 

문장은 가볍게 시작한다. 진하게 꾹꾹 눌러 적은 문장은 깔끔하다. 그 글씨체의 주인마냥.

 

 

벌써 2년이더라. 너 그렇게 가고 나서는 시간 가는 줄도 몰랐어.

계속 바쁘게 지냈거든.

최대한 빨리 졸업해서 너랑 약속했던 브랜드도 런칭하고, 나와 네가 디자인했던 옷들을 우리 이름으로 내보이고 싶었어.

'연혜', 우리 장난처럼 지었던 이름 있잖아.

 

 

막히지 않고 써내려가던 문장이 머뭇거린다. 곧 펜을 내려놓고, 잠시 멈추어 있는 종이 위를 손끝이 쓰다듬는다.

아쉬운 듯, 애정 가득한 손끝은 그 굳은살 가득한 살결과 달리 섬세하다.

잠시간 그 앞의 애정 가득한 일기들을 보다가 다시금 마지막 장으로 넘어간다.


 

그 이름으로 정말 런칭을 해 볼 생각이야. 너랑 함께한다는 생각으로, 그렇게 준비해 왔거든.

난 자본도, 쌓아온 디자인도 있으니까 졸업하고 나면 금방 사업도 시작할 수 있겠지.

그러니까 정말 곧이야.

우리가 했던 약속을 지키는 건.

 

 

잠시간 떨리며 시작했던 글씨는 금세 단단해진다. 한 글자 한 글자가 정성 들여 힘주어 적힌다.

조금은 느릿하지만 꼼꼼하게, 그만의 속도로.

 

 

그러니까, 있잖아.

내가 너와의 브랜드를 널리 알리는 건 스스로 할 수 있으니까.

 

역시, 이런 거래 같은 건 하지 않을 생각이야. 사람의 소망과 희망을 빨아먹고 심장을 바치는 거래는.

미안해, 그래서 우리 이름이 기억되는 건 아주 먼 미래일지도 몰라.

 

 

차분하게, 흔들림 없이.

 

 

그리고 사과를 하나 하고 싶어.

나, 이렇게 될 줄 모르고 너와 쓰던 교환 일기를 배에 가져왔거든.

근데 아무래도 이 배에서 탈출하려면 물 속에 빠져야 하나 봐.

 

 

그러나 문득 툭, 떨어지는 물기를 손이 급하게 쓸어낸다. 물기가 길을 내고 천천히 사그라든다.

조금 쪼글쪼글해진 자리만이 그 물기의 흔적을 보인다.

 

 

어쩌면 우리가 썼던 교환 일기는 정말 여기서 끝이 나려는 모양이야.

하긴, 그래. 너와 내가 썼던 일기가 이젠 나만 쓰는 일기가 됐잖아. 이제는 보내줄 때가 정말로 온 거지.

 

 

하아, 긴 숨소리가 종이 위로 내려앉는다.

잠시간 멈췄던 손이 움직인다.

 

 

이 배를 벗어날 때, 이 일기를 가져갈 생각이긴 하지만.

아마 살아남고 나면 정말로 버려야 할 거야.

미안해. 정말이지, 내가 바보같았어.

 

 

…….

 

 

서연아.

우리, 아주 나중에 보면 좋겠다.

내가 모든 꿈을 이루고 너에게도 자랑할 이야기를 잔뜩 쌓은 후에.

 

 

조금은…… 무섭고 불안하지만.

 

 

그 때 다시 만나자, 서연아.

보고 싶었고, 보고 싶고, 보고 싶을 거야.

영영 보고 싶을, 영원히 그리울 내 친구.

 

 

온점을 찍고 나면 잠시 멈추어 있다가, 손은 펜을 내려둔다.

종이는, 가죽 다이어리는 닫힌다. 그러고 나면 끝이다.

마음의 준비는 되었다.

선택할 준비도, 끝났다.

이제는 나갈 수 있기를. 소다혜는 이제 그렇게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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